중국 부동산 큰 손

 최근에 중국의 부동산 업체 중 두번째로 큰 헝다가 파산하는 듯한 뉴스가 나오면서 중국의 부동산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사실 중국에서 아직까지 부동산은 안전하면서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로 인식되고 있기는 하다. 헝다가 휘청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크고 작은 부동산 업체들이 많고, 부동산 업체들의 성공신화 뿐 아니라 종종 파산을 겪는 모습을 봤던 중국경제이기에 아직도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강한 것 같다. 어느 나라의 어느 정부도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다만 천천히 물가상승에 대비해 조금 더 오르는 것을 원하기 때문인데, 부동산 같이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것들은 지역 인프라 및 지역 경제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제활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막대한 세금을 걷을 수도 있는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이후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에 많은 돈이 몰렸는데, 이에 따라 한국이나 여느 나라처럼 집값이 많이 올랐다.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에서 투기지역들을 강력히 단속하면서 세금증가, 대출규제, 매매금지 및 제한 등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특히 작년 중국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인 동관에서는 지역에서 2년 이상 이주하여 사회보장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경우는 집 구매를 원천봉쇄하였으며 몇몇 집값이 급격히 오른 유명한 아파트 단지들은 지방정부에서 평당 단가를 정해 버렸다. 이러한 정책들로 집값이 몇달새 약간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투기 금지나 제제들이 들어간 지역을 제외한 곳의 아파트들은 여전히 인기가 좋은 듯 하다.

 광저우를 동강(东江)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마총(麻涌)이라는 곳에 화양호(花样湖)라는 습지공원이 있는데, 이곳이 현재는 AAAA등급의 관광지이나 AAAAA등급의 관광지로 승급시키기 위해서 동관시에서 이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미 꽤 유명한 공원이나 공원을 다시 재정비하면서 내부를 새로 단장하고, 주변을 정비하고 새로 가꾸고 있는데 이 곳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발견하여 하루 날잡아서 모델하우스에 방문하였다. 이 지역이 아직까지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데다, 다리하나만 건너면 광저우로 갈 수 있고, 강과 공원을 양옆에 끼고 있어 강을 보는 조망이나 넓게 펼쳐진 공원을 보는 조망으로 거의 영구 조망권이 확보된 곳이라 투자하기 좋은 듯 하여, 아직 괜찮은 집이 남아 있다면 계약금이라도 걸어볼까 해서 가 보았다.

 우선 화양호는 이렇게 생겼다. 멋진 정문도 있고, 공원이 꽤 깨끗하다. 게다가 동관에서 애완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몇 안 남은 공원이라, 투자뿐 아니라 이곳으로 이사해서 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공원에서 아파트가 있는 쪽이 아닌 반대쪽으로는 대학교와 약간의 번화가도 있어서 너무 외진 곳에 떨어져 있지도 않고, 편의시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듯 했다. 

 공원의 주변에 큰 건물이 거의 없지만, 새로 생긴다고 해서 가려질 분위기도 아니다.

 공원의 탑 뒤에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현재 공사 중인 곳이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찍은 전경. 

 지도에서도 찾아보고 주변도 약간 돌아다니면서 보니, 아직 오래된 화양촌이 있고 한창 아파트 공사가 진행 중이라 번잡하고 먼지도 많고, 도로 상태도 엉망이지만 나중에 다 완공이 되면 괜찮을 듯 싶었다.

모델 하우스를 가보았는데, 무슨 고급 음식점처럼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아파트가 완공이 되면 이벤트 홀이나 관리센터로 쓸 것이라고 한다. 한참 설명을 듣고 나서 관심이 있어서 남은 집이 있냐고 물어보니 상가용 아파트밖에 안남았다고 한다. (상가용 아파트는 한국에서 말하는 오피스텔 같은 것인데, 이 오피스텔은 중국에서도 투자로는 매우 부적합한 대상이다.) 그런데 한마디 덧붙여서 하는 말이, 현재 한창 짓고 있는 마지막 남은 아파트 한 동을 얼마전에 한 사람이 와서 통째로 샀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그 아파트 동은 평수가 약간 작은 65m^2정도 인데, 그래도 대략 한채당 2억 5천만원으로 예상되었다. 아무리 작은 동이라도 해도 50~80채는 있는 건물이니 125~200억원어치를 산 것이다. 

 중국에서 집을 보러 다닐 때, 무슨 곳간의 자물쇠 열쇠를 꺼내듯이 집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다니는 부자들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아파트 한 동 전체를 사는 사람은 또 처음 보았으며, 아직까지 중국의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