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深圳) 화창베이(华强北)발 가짜 에어팟 프로(AirPods Pro), 에어플러스 프로(AirPlus Pro)

 한때 한국의 예전의 용산의 전자상가나 청계천의 세운상가 주변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있고,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다 만들 수 있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완전히 없어져버려서 예전의 명성을 전혀 느낄 수 없겠지만, 전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며 첨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국의 선전(深圳, 심천)에는 아직 예전 용산의 전자상가와 청계천의 세운상가의 주변을 합치고 2~3배정도 키운 규모의 화창베이(华强北)가 있다. 예전의 용산과 청계천처럼 없는 것이 없고 못 만드는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의 중국 최고 전자 상가이자 가짜 전자제품의 천국이다. 애플 제품들도 정말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예전에 샀던 QCY 무선 이어폰이 가끔 오류를 일으켜서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이어폰을 보던 중, 애플의 에어팟 프로2 가짜 제품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화창베이의 가짜 제품 생산업체에서 만든 제품인데, 정품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제품 리뷰가 수천건이 있어서 대충 봤는데, 다들 꽤 만족하고 있는 듯 하여서 한번 구매해 보았다. 

 가격은 147위안으로 대략 2만8천원이다. 에어팟 프로2의 가격이 35만9천원이니, 정품에 8%정도 밖에 안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인 것이다. 상품 내용은 정품과 차이가 없다는 것, 아이폰에서도 정품처럼 인식해서 에어팟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등, 정품과 뭐 완전 동일하다는 내용이다. 

 구매하니 하루만에 바로 배송이 되었다. 선전이나 동관(东莞)이나 80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보니 선전에서 발송되는 제품들은 보통 하루나 이틀이면 받아볼 수 있다. 가짜 제품이니 회사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에어팟 케이스와 줄도 같이 보내줬는데, 쓰지는 않고 있다.

 뚜껑을 열면, 에어팟 프로와는 다르게 스크래치 방지 테잎이 케이스에 빙 둘러쌓여 있다.

 구성품은 본체와 그 안에 이어폰, 충전 케이블과 크기가 서로 다른 이어폰 고무들이 들어 있다. 

 우선 아이폰과 연동을 시켜보았는데, 정말 에어팟 프로처럼 인식을 하며 에어팟 프로의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맥북에서도 동일하게 에어팟 프로로 인식을 하며, 장치의 원래 이름은 'AirPlus pro'이지만 장비의 자세한 정보에 들어가면 에어팟 프로라고 나왔다. 

 실제 1주일 정도 사용해 보았다는데, 사실 기능이나 외관상에서는 90%이상 정품 에어팟 프로와 동일한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음질이 별로 안 좋다. 가끔가다가 싸구려 이어폰에서나 나올법한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가 발생하고, 막귀인 나에게도 사용을 하다보면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에어팟의 기능 중에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업무상 아이폰과 맥북을 번갈아가며 화상회의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핸즈오프(Hand off)' 기능이었는데, 이 기능이 안된다. 이 핸즈 오프 기능이 되기 위해서는 iCloud에서 이 제품을 애플제품으로 인식을 해야 하지만, 아이클라우드의 장비목록에는 이 '에어플러스'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핸즈오프 기능도 안된다. 

 1주일정도 사용해 본 경험으로는, 올해 3월 완전 동일한 가격에 샀던 QCY Melobuds와 비교하면 가짜 에어팟 프로보다는 차라리 QCY 제품이 나은 것 같다. ANC기능도 QCY 제품이 이질감이 덜하며 음질도 훨씬 좋다. 최근에 QCY 제품이 마이크가 잘 안되는 현상과 왼쪽과 오른쪽이 가끔 따로 페어링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있어서 구매해봤던 것이었는데, 이 가짜 에어팟은 1시간이상 사용하다보면 가끔 연결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으며, ANC 기능의 이질감이 강해 오래 사용하면 약간의 두통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배터리는 훨씬 오래가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해야 할 때는 오히려 가짜 에어팟 프로가 좋기는 하다.
 아무래도 그냥 회사에 업무용 에어팟 프로 구매 신청을 해서 사용하는게 나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