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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회사생활/해외 회사생활

TPS (Toyota Production System, 도요타 생산 시스템) 연수 경험

by YK_Ahn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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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회사에서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TPS (Toyota Production System)라고 불리는 도요타 생산시스템 연수 혹은 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일괄 생산방식인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지만 빠르고 제시간에 낭비없이 생산한다는 것이 TPS의 기본인 듯 하였다. 도요타야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의 1위인 회사이기에 당연히 배울점이 많을 것이고, 품질에 대해서 일본에서 만들어낸 이론들이 많다 보니, 그런 회사들을 견학한다는 것 자체도 꽤 가치있는 일 일 것이다. 

 연수는 3박 4일로 진행되는데, 이 TPS 연수를 주최하는 기관들이 몇개 있는 듯 하지만 일정은 대부분 비슷한 듯 하다. 우리가 참가했었던 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1일차: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관람 및 주최측의 TPS 관련 강의

2일차: 도요타 협력업체 견학 및 실습

3일차: 도요타 협력업체 견학 x 2

4일차: 지역 관광

 

 일정에서도 보이듯이 실제 도요타 공장을 방문/견학하거나 도요타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 것은 산업기술기념관 관람 밖에 없다. 산업기술기념관은 도요타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커 왔으며 어떤 산업들을 하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는 일종의 회사 박물관이나 회사 역사관 같은 것이다.  도요타가 방직공장으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방직기계에 대한 내용이 꽤 많다.

 기념관 내 안내원이 있어서 각 기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데, 당연히 일본어로 해주기 때문에 이것을 통역해서 들어야 한다. 

 이후 숙소로 와서 숙소근처에 있는 회의실에서 강의를 듣는다. 매일 저녁에는 이런 강의나 숙제가 있었다.

 다음날은 도요타 협력업체를 견학 및 실습하는 일정이다. 이 업체들은 도요타의 1차 협력업체도 아니고 2~3차 협력업체들이다. 매출 규모도 연 수십~수백억원하는 정도인데, 매출규모가 회사의 질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도요타 TPS의 사상을 공부(?)하기 위해서 온 것이긴 하지만, 매출 1조가 넘는 회사에서 일인당 수백만원씩 내면서 방문하여 교육을 받는 업체가 10분의 1정도 규모의 회사라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싶다. 게다가 실습이라는 것도 이 회사의 공정에 대한 실습이나 그런 것도 아니고 물주전자를 조립하고 검사하는 공정에 대한 실습과 토론이다. 

 3일차에 방문한 업체도 역시 2~3차 협력업체인데 그 중 하나는 규모가 정말 작았다. 도대체 이렇게 작은 기업이 어떻게 TPS 연수의 일정에 들어가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TPS 연수 사업장으로 지정되면 나고야 정부인지 도요타인지에서 보조금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연수를 진행하는 사람이 그 회사의 실무자이든 고령자이든 뭐든 간에 그런 보조금을 받아서 회사의 매출에 도움이 될 정도이니 당연히 이런 연수를 진행하는 사업장은 작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실제 우리 연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 TPS 일정이 그런것인지,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 왔지만, 도요타 공장이나 회사가 어디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그 근처는 가보지도 못한채 일정이 끝났다. TPS의 사상은 도요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요타의 생산과 관계된 모든 협력업체들이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게 수백만원짜리 연수가 맞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울게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기는 하지만, 뭐 실제 생산하는 것을 본 곳은 한곳밖에 안되서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잘 짜여 있었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공장에 일정이 비트의 음악이 계속 나오는데, 이게 공장 노동자들의 행동 속도를 맞춰주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매우 단순한 업무이지만 음악의 속도에 맞춰서 반복된 행위와 동작을 항상 똑같이 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런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은 외국인이 많았다. 

 추가로 도요타의 간반 시스템은 뭔가 아날로그 하면서도 재밌는 방식인데, 같이 갔었던 생산실장이 이것을 배워서 생산팀에 적용했었는데,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비싼 기업연수이다 보니, 준비된 식사들이 매끼 굉장히 맛있었고, 지역관광이 중간중간에 끼어 있다. 관광이 없어도 좀 빡빡하다라는 느낌이 들겠지만, 관광이 있다보니 이게 단체 관광을 온 것인지 연수를 온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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