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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취미생활/아둥바둥 국내 회사생활

초단기간에 삼성전자 퇴사하기

by YK Ahn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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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아주 잠깐 일을 했었던 적이 있다. 채 5개월을 못 채우고 연말에 퇴사를 해서 직장을 옮겼는데, 당시에도 삼성전자의 연봉은 나쁜 편이 아니었기에, 연봉을 대략 30~40%정도 낮추면서 이직했었다. 삼성전자에서 있었던 부서도 힘들다는 생산쪽은 아니었고, 제품개발을 하던 반도체연구소였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부서에서 적응을 정말 못했다.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숨이 막히는 부서 분위기, 질문을 하면 '너는 아무 생각이 없냐'라는 질책과 군대보다도 심한 위계질서는, 당시 '이런 생활은 삶을 포기해야 끝날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밤 11시. 씻고 자면 12시, 다음날 6시에 다시 일어나 출근하는 그런 삶의 사이클이였는데, 이렇게 한달 두달 있다보니 이게 삶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기업의 부속품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던 듯 하다. 이 출퇴근 시간을 줄여보기 위해서 회사 근처에 자취를 해도 딱히 해결되지도 않자,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회사가 폭발했으면 좋겠다라거나 차라리 전쟁이 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생각으로 매일 매일 사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만류가 많았었고 삼성전자를 퇴사한 이후에 한동안의 삶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시간이 더 지난 뒤의 삶은 사실 삼성전자에 있었을 때보다도 더 잘 풀린 것 같다. 그 때 퇴사하지 않았다면, 변해버렸을 삶에 대한 가치관, 성격, 삶의 목적 및 즐거움 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재정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대기업들의 조기 퇴사율은 생각보다 상당히 높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퇴사한다. 다만 얼마나 이질감을 심하게 느끼고, 얼마나 못 버텨하는가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한국의 기업문화들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니 예전처럼 그렇게 군대같은 분위기와 꼰대문화는 없어졌거나 적을 것이라고 희망해본다. 회사도 하나의 폐쇄된 단체이고 모든 단체의 문화가 다 자기한테 맞을 수 없듯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어떤 옷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듯이 회사도 그렇게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옷이 맞지 않으면 다른 옷을 입듯이 다른 회사를 찾으면 되는 듯 하다. 세상에는 무수한 옷만큼 무수한 회사와 직업들이 있다. 그 중 내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자신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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