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군분투 취미생활/아둥바둥 국내 회사생활

물리학과 대학원 실험실 모습

by YK Ahn 2022. 1. 6.
반응형

 이미 꽤 오래전의 모습이긴 하지만 유행이나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대학원이니 아마 지금의 모습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특히 대학원 실험실의 모습은 장비들조차도 거의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물리학과 대학원은 크게 이론물리 연구실과 실험물리 연구실로 나눌수도 있다. 이론도 여러 종류가 있고 실험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2000년 후반에 다니던 학교의 연구실들 중 실험은 크게 입자실험 연구실과 박막실험 연구실로 나뉘어 있었다.

 이 중 입자실험은 일개 대학교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이 아니고 입자가속기가 있는 곳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는 책상만 있는 연구실에 있다가 방학 때가 되면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입자가속기센터로 가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반면 박막실험연구실들은 증착장비와 계측장비들이 비교적 작고 국내에서도 좋은 계측장비를 보유한 곳이 많기 때문에 공부방과 실험장비들이 있는 실험실이 따로 구비되어 있었다.

장비의 종류, 모양, 크기, 시스템이나 연구실의 모양, 크기, 구조등은 다 달라도 컨셉상으로는 대부분 같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진은 석사 시설 사용했던 증착장비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선배들이 직접 만든 장비로, E-beam과 thermal evaporation cell들로 증착을 하면서 증착된 박막의 두께를 모니터링하며 증착 셀위에 shutter를 달아 자동으로 shutter 개폐 시스템을 만들어서 1nm이하의 atomic level로 다층박막을 만들 수 있는 장비이다. 저진공은 rotary pump로 빼고, 고진공에서는 Cryopump로 변환하면서 액체 질소를 박막 챔버안에 있는 trap 장치에 추가로 넣어서 10^(-10)~(-12) torr에서 증착이 가능한 장비였다. 이 장비로 좋은 논문들이 종종 나왔지만, 내 석사 논문은 이 장비를 사용했으나 다층박막에 대한 연구는 아니었다. 당시 지도교수님은 벤처사업에 바쁘셔서, 지도교수님의 후배 교수와 제자 교수님들이 각각 학생들을 지도해 주시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내 연구는 그 두분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연구가 되어 사실상 연구 지도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사수였던 박사형들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아서 석사 논문과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년 석사 과정 중 1년은 당시 진행 중이던 산업자원부 과제를 위한 실험과 당시 사수의 실험을 위한 증착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정작 내 석사 연구는 5개월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지도를 받지 못하는 석사과정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연구 주제는 정말 제한적이어서, 실제 졸업을 할 수는 있을지도 걱정이었지만, 뭐 어쨌든 잘 끝나긴 하였다.

 거의 3개월 동안 하루종일 붙잡고 간혹 밤을 새며 사용했었던 AFM 장비. AFM은 Atomic Force Microscope의 약자로 끝이 굉장히 뾰족한 tip으로 박막의 표면의 morphology를 측정하는 장비이다. 석사 연구 주제였던 비스무스 박막(Bismuth thin film)은 경도가 낮은 물질이라 AFM을 측정하기 굉장히 어려웠었다. 당시에는 이것도 모르고 그냥 내 실력이 안 좋아서 잘 안 찍히는 줄 알았다. 매일 매일 고군분투하며 측정했지만 실제로 쓸 수 있을 만한 박막의 표면 이미지를 얻은 것은 20~30장에 불과했다. 그래도 석사학위도 받게 하였고, 결국 그 실험 결과들로 첫 저널도 내게 해주었던 애착이 많이 가던 장비.

사진의 왼쪽 책상 위에 있는 DSC 장비. 당시의 데이터 자체는 쓸모가 전혀 없었지만, 나중에 회사에 와서 이때 이 장비를 쓰기 위해서 공부했던 것이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당연히 회사에서 사용한 DSC가 훨씬 좋고 간편하였다.

 그 밖에 다른 대학원생 선배들이 사용하던 증착 장비들. 연구에 손을 놓았는지 실험하고 뭔가를 하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보기에는 로터리 펌프하고 디퓨전 펌프로 진공 뽑고 thermal evaporation cell로 증착하는 장비인 듯 하다. 우리는 산자부 과제로 PRAM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다른 박사분들은 MRAM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었다.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당시에는 연구실에 박사학위 과정을 6~9년정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이 증착장비들이 다 자신들이 자체 제작하였거나 제작에 참여했던 장비들이다 보니 장비에 대한 자부심은 높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런 분들은 졸업 후 다들 장비회사로 취직하였다.

 내가 속해 있던 연구실의 다른 분야쪽 사람들이 쓰던 장비. XPS, UPS 장비에 증착장비를 옆에 달아서 진공을 깨지 않고 증착한 박막의 표면분석을 바로 할 수 있는 장비인데, 국내에서는 유일했던 것 같다. 특히 산화가 굉장히 잘되는 유기박막을 연구했기에 장비에서 오는 굉장히 큰 메리트가 있었다. 많은 국내 대학 교수들과 대기업 엔지니어를 뽑아냈던 장비이다. 

 연구실에서는 다른 사람이 자기 장비 만지는 것을 정말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이 장비는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당시 사수 선배형이 측정해 준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만 몇 번 해 보았지만, 그 경험도 나중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정말 용인하게 써먹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