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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학위 논문으로 국제 저널에 논문 내기

by YK Ahn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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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사 학위 논문으로 졸업은 했으나, 저널에 나간 논문이 없다는 것이 늘 싫었었다. 사실 대충 졸업했다고 하는게 맞을테지만, 그래도 대충 졸업했다고 보이기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들어갔을 때, 그쪽의 연구를 새로 시작하면서 석사 때 했던 실험들과 데이터들을 다시 정리해서 저널에 낼 논문을 쓰기로 하였다. 어차피 새로운 연구를 하려면, 관련 연구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공부, 연구 주제 설정, 연구 시작 및 결과 수집, 분석 및 논문 작성 등 대략 6개월에서 1년정도가 걸리고, 논문을 제출했다고 해도 review-edit-resubmit-review-approval등의 기간이 적게는 2~3달, 길게는 5~6개월이상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1년 이상을 연구원에서 실적없이 보내는 것이 싫었던 것도 있었다.

 한참을 보다보니 내 석사 때 연구는, 지도 교수없이 진행된 실험에, 결과를 같이 토론하거나 지도해 주는 사람없이 하던 연구이다 보니 실험결과가 중구난방인데다가 이론적인 배경이 전혀 없는 결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관련 논문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었다. 당시에도 실험 결과로는 뭔가 특이점이 보이는데 그게 뭔지를 몰랐던 것을 3개월넘게 논문을 찾고 읽다가, 이 현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을 발표한 논문을 발견하였다. 이 원작 논문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 그 논문을 인용한 논문을 찾은 것이었는데, 원작 논문이 너무 오래된 논문이라서 원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다. A. Van der Drift라는 분이 1967년에 출판된 논문에서 설명한 Evolutionary selection model이라는 것으로 vapour-deposited 방식으로 만들어진 박막의 growth 방법에 대한 모델이다. 이 논문이 찾아낸 것이 석사 때 연구를 거의 살렸다고 봐도 될 듯 했다. 이 모델 덕분에 실험에서 보였던 현상들을 다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국제 저널에 쓰는 영어논문은 처음이다보니 당시 KIST 책임연구원님께 부탁해서 과학 저널 논문의 영어를 전문적으로 리뷰해 주는 곳에서 영어 에디팅까지 받았다.

 목표 저널은 Current Applied Physics라는 한국물리학회에서 만든 국제과학학술지였다. 한국물리학회에서 출판하는 저널은 새물리(New Physics: Sae Mulli), JKPS (Journal of Korean Physics Society)와 Current Applied Physics (CAP) 등 세개의 학술지가 있다. 예전에는 새물리는 한국어 저널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보니 영어로 출판하는 듯 하다. 이런 학술지에는 impact factor라는 것이 있다. Impact factor (IF)는 당해당 저널에서 출판된 논문이 최근 2년간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에 대한 계산이다. IF가 1인 저널은 평균적으로 이 저널에서 출판된 논문이 출판되고 2년동안 1편의 다른 논문에 인용된다는 뜻이다. IF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그래도 저널의 중요도에 대해서 가장 넓고 편리하게 이용되는 척도이기도 하다. 새물리, JKPS, CAP의 최근에 업데이트된 IF는 각각 0.2, 0.649, 2.480로 다들 그리 높게 쳐주는 저널들은 아니다. 참고로 Science는 41.845, Nature는 49.962이며, IF 가 높은 저널에 실렸다고 모든 논문이 다 좋은 저널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논문들은 IF가 높은 저널에 실린다. 

 CAP를 선택했던 이유는, 지금은 대학교수가 된 같은 대학원 연구실에 있던 박사과정학생이 'CAP는 석사 때나 쓰는 저널이죠'라고 했던게 생각난 것과 그래도 첫 저널 논문은 한국물리학회에 내고 싶었던 것, 그리고 이 저널이 국제저널이라고는 하나 저널에 출판하는 사람들의 60%가 한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아무래도 어설픈 영어를 조금 더 이해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렇게 해서 논문을 제출 후 minor review를 받아서 다시 조금 수정 후 acceptance를 받고 2012년 4월에 생애 첫 국제학회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다. 출판을 하고 나니, 아무도 안 알아주는, 즉 인용이 하나도 안되는 논문이 되지 않을까도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23회의 인용횟수를 가지고 있는 나름 괜찮은 논문이 되었다.  

 이 논문이 과학계에 기여한 것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겨우 물리학회에서 포스터로 발표 한번 했다는 실적만 가지고 석사를 졸업했다는 창피함을 해소해 주는 기념비적 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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