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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회사생활/해외 회사생활

제조업체 입사 후 협력업체로의 첫 출장

by YK_Ahn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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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직장에서 입사 후 7개월 뒤쯤 팀이 변경되었었다. 기존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의 경력과 석사때의 경력으로 불량분석팀에 입사를 하였는데, 당시 한 품질팀에서 중요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면서 팀의 업무가 힘들어지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임시 발령을 받았던 것이다. 시작은 임시발령이었지만, 1년뒤에는 정식으로 팀이 옮겨지고 그 품질팀에서 3년 가까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임시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품질이라는 업무에 대해서 완전히 백지상태였다.

 이런 부서가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등, 신입사원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당시에 입사한지 1달정 되었던 대리님과 팀장님 그리고 중국인 엔지니어들에게 하나하나 다 물어보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니 시간도 오래걸렸고 거의 6개월동안은 늘 밤 10~11시에나 겨우 퇴근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품질팀에서 신입 아닌 신입같은 신선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협력업체로 첫 출장을 가게 되었다. 품질이 뭔지도 모르고 가서 뭘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당시 그 협력업체에서 납품하는 제품에 대해서 생산팀과 기술팀으로부터 불만이 있어 회사의 임원들이 '가서 뒤집어 놓고 와'라는 지시를 받고, 그 협력업체의 제품품질에 대해 지적을 하였던 한 기술팀의 팀장과 함께 가게 된 것이었다. 

 제조회사에 다니면서 가는 첫 출장이거니와 품질엔지니어로서 가는 첫 출장이어서 설레면서도 뭘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갔던 출장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샤먼(厦门, 하문)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짐을 풀고 바로 협력업체의 회사로 간 후 바로 시작된 미팅은 자정이 가까워서야 겨우 끝났는데, 사실 기술팀에서 준비한 자료도 부족하였고, 품질팀에서 간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었던 터라 사실 거의 생떼쓰기였다고 해도 무방한 그런 말도 안되는 미팅이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미팅을 하면서도 협력업체는 상당히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였는데, 우리측에서 제시한 조건이 사실 너무 터무니없었다. 그것은 사실 제품의 스펙을 훨씬 더 강화해 달라는 요구였는데, 이는 당연히 협력업체의 수율 저하를 야기하게 되고, 그로인한 재정적인 불이익도 감당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제품의 최종 고객사였던 애플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협력업체간의 직접적인 미팅이나 언더테이블 같은 어떤 형태의 계약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협력업체에서 우리의 요구를 따를 수 없고 애플에게 말하겠다라고 하면 우리로써는 사실 답이 없었다. 하지만 생떼쓰기와 요청, 반협박 그리고 밤새도록 이어진 술자리에서의 대화가 통해서 다음날 아침에 협력업체에서 기적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100% 수용해 주기로 하였다. 

 올 때만 해도 막막했던 미팅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끝나자 바로 다음날 당당하게 다시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결국 미팅은 잘 끝나고 첫 출장도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설레였던 출장지에서의 막간 관광은 전혀 하지도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돌아온 후, 협력업체는 약속대로 상향된 스펙으로 제품을 보내기 시작하였고, 당시에 품질팀에 있던 나는 실제로 들어오는 제품들의 성능이 기존보다 올라갔음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생산에서의 수율은 좋아졌을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기술팀에서 예상했던 효과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였고, 기술팀과 생산팀에서는 협력업체 제품에서 또다른 원인을 찾아서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이때부터 당시 회사의 기술팀과 생산팀에 대한 불신이 생긴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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