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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회사생활/해외 회사생활

미국 신생 회사 면접 후기

by YK_Ahn 202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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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말쯤에 한 미국회사에서 입사 제안이 온 적이 있었다. 신생회사로 대략 7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서 새로운 카메라와 디지털이미지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2017년에 Foxconn하고 계약을 체결해 첫 시제품을 만드려는 계획이어서 Foxconn에서 업체와 품질을 관리하며, 렌즈는 한국에서 납품하고 있었는지, 한국의 렌즈업체도 관리하지 위한 엔지니어를 뽑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시에 있던 회사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드는 업체이다보니 카메라쪽에서 연락이 자주 왔는데, 이 회사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참 신기했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입사를 하게 되면 같이 일하게 될 메니져, 개발담당, 마지막으로 CFO 순이었으며 모두 스카이프를 이용한 화상면접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이었으니 코로나때문이 아닌, 위치의 제약때문이었는데, 당시 중국에서 일하는 나와, 대만에 있는 메니져, 미국에 있는 개발자와 CFO가 모두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메니져와 개발자는 실무적인 질문들을 위주로 하였는데, 한국 회사의 면접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한다는 말도 안되고,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는 '압박면접'을 위주로 하는 반면, 외국 회사들은 모두 굉장히 실무적인 경험과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보고, 예의바르며 기분좋게 진행된다. 아무래도 사람을 구히가 힘든 이 신생 회사와의 면접은 특히나 좋기는 하였는데, 특히 CFO와는 거의 잡담을 하면서 면접을 보았다. 왜냐하면 CFO도 당시의 나의 상황과 자기들의 상황이 너무 우연찮게 들어맞아서 굉장히 신기해 하였던 것이다.

 당시 한국 회사에만 다니는 것이 지겨워 다음 회사는 외국계 회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던데다가, 그 즈음 했던 대만여행이 너무 좋았어서 대만에서 살고 싶어 했던 때였다. 또한 당시 전혀 경험도 없고 커리어 계획에도 없던 품질엔지니어를 하고 있으면서 'Green belt도 없고, 사수도 없이 배운 짧은 품질 엔지니어 경력을 도대체 어디다가 써먹는담' 이라는 고민을 하고 있던 터에, 이 회사는 SQE(Supplier Quality Engineer)로서 나를 채용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 쪽에서 찾는 사람은 스마트폰 카메라 분야에서 렌즈와 이미지 센서에 대해서 이해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할 줄 알며, Foxconn때문에 대만에서 거주할 의사가 있는 품질 엔지니어였기 때문이었다. CFO와 30분정도 얘기하는 동안 'You MUST work with us, right now'를 연발하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같이 일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자기의 제품이 아직 없이 투자로만 살림을 꾸려나가는 신생 회사이다보니 결국 연봉이 맞지 않아 이직은 성사되지 않았다. 사실 이때 당시의 연봉에서 살짝 떨어뜨리더라도 갈 생각이 있었지만, 그쪽에서 'give up'을 하여 추가 협상 없이 끝이 났었다. 그 후 이 회사에서 첫 시제품이 나와서 가끔 뉴스에서 보기는 했는데,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지 않아 시제품 판매 후 2년만에 제품에 대한 supporting을 종료하였다고 한다. 가끔 그때 연봉을 조금 낮춰서라도 이직을 해서 대만에서 살게 되었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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