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구글에 면접을 본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많이 쓰지 않지만, 미국계 회사는 정말 많이 사용하는 듯 하는 Linkedin을 통해서 연락이 왔었던 것이다. 지금은 이직했지만, 전 회사에서 품질 엔지니어로 3년정도 일하다가 개발팀으로 발령받아 6개월정도 되었을 때, 하드웨어 품질엔지니어 포지션으로 제안이 왔었다. 사실 품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다가 당시 회사에서 얼떨결에 품질실로 임시배정받아 일하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팀장대행까지 했던 것이었는데, 사실 품질에 대해서는 그때 모든 것을 다 처음 배운 것이었다. 지금이야 글로벌 회사들과의 면접 경험이 좀 생겨서 면접 때 긴장하지는 않지만 그 때는 '구글'과의 면접이라는 것만 가지고도 굉장히 신기했었다. 당시에 개발팀에서의 일이 너무 바쁘고 시간도 별로 없는 상태인데다가, 스스로 세운 목표가 이뤄지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여서, 면접을 볼지말지 꽤 망설여졌다. 또한 그 때 다니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괜찮은 상태여서 면접을 보지 말까 했는데, 와이프가 그래도 면접은 한번 봐보라고 해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당시 연봉인상이 많이 되었던 해인데, 거기에 20%정도 더 올려서 현재 연봉이라고 대략 알려줬는데도 구글에서는 연봉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하였다.
구글과 같은 회사들은 면접을 보는 기간이 꽤 길다. 한국처럼 시험을 보고, 면접은 살짝 대충 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면접 때 실무에 대해서 정말 많이 물어보고 1:1 방식의 면접이 2~3라운드로 진행된다. 한명당 45분정도 면접시간이 잡혀 있고, 면접관들이 다양한 분야들이기 때문에 질문도 광범위 하면 깊이가 있다. 구글과 진행했던 면접은 다음과 같았다.
<1라운드>
onsite 대면면접. 팀장급과 이력서의 내용 위주로 경력 설명과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등이 나왔다. 실제 이 사람에 대해서 면접을 진행할지 말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인 듯 했다.
<2라운드>
1라운드를 통과하자, 구글의 아시아지사가 있는 중국 상해로 와서 면접을 보라고 하였다. 물론 비행기표와 호텔등은 다 알아서 예약해 주고 비용도 다 구글에서 지불하였다. 처음 묵어보는 포시즌 호텔. 구글 사무실이 있는 World Financial Center와 걸어서 5~1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리크루터를 건물 1층에서 만나 방문증을 끊고 60층으로 올라갔다.
이날은 총 4명이 면접을 보기로 되어 있었다. 2명은 대면면접이고 2명은 화상면접이었다. 한명은 품질엔지니어, 한명은 테스트 엔지니어, 한명은 신뢰성 담당자, 마지막 한명은 해당 팀의 디렉터였다. 보통 이런 면접의 시작은 항상 자신에 대한 소개와 그 소개한 부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품질 엔지니어로서 힘들게 해결하였던 문제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고 한 후, 그 설명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였는지, 누구와 논의를 하였는지,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등등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석사 때 했던 연구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고 한 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힘들었던 질문은 성향을 묻는 질문인 듯 한데, 평소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등이 드러나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실무적인 답변도 중요하지만 이런 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그 회사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뭐 어쨌든 이런 실무적인 답변들을 잘 넘기면 다음 라운드로 진행되었다.
<3라운드>
이때는 회사 일이 너무 바쁜 상태라 사실 면접에 대한 기억이 별로 안난다. 다시 한번 상하이로 오라고 했었는데, 또 휴가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가는 것도 싫고 너무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서, 싫다고 했더니 그럼 화상면접으로 하자고 했었다. 보통 3라운드는 Cross-functional팀과의 면접인데, 합격을 하게 되면 같이 일하게 될 팀들과의 면접인 것이다. 이쪽의 질문은 내가 전혀 모르는 질문들이 꽤 나왔다. 데일리 리포트를 할 때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 어떤 순서로 들어가야 하는가. 이러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누구와 논의를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등등...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대로 못했을 뿐더러, 사실 면접이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면접이 흐지부지 끝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디렉터한테 연락이 왔었다. 의견이 약간 나뉘는데, 자신은 꼭 뽑고 싶다고, 그런데 채용에 반대한 사람들이 있어서 면접을 한두개 정도 더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알겠다고 했는데, 다시 상하이로 오라고 하는 초청에 싫다고 하였고, 화상 면접도 업무시간에 보는 것은 싫다고 하였다. 결국은 일요일 아침에 전화 면접을 보는 것으로 하였는데, 너무 많이 싫다고 해서 이미 이때 구글에서도 포기했었던 듯 했다. 면접관이 갑자기 왜 자기가 면접을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뭐 별 이야기도 하지 않고 면접은 끝났고, 몇일 뒤 탈락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꽤 재밌었던 기억이었는데, 인터넷 상에서 돌아다니는 구글의 면접에 대해서는 약간 과장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대신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대기업과의 면접과 다른 점은, 정말 면접자가 얼머나 논리적이며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고 숙련되어 있는지, 경험은 얼마나 되는지,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인지 대해서 정말 자세하게 물어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이직할 생각이 없을 때는 인터뷰를 하면 안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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