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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뭉실 취미생활/떠돌아 다니는 취미

어설픈 첫 홍콩 여행과 방황기

by YK Ahn 202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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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있던 이전 회사는 한국에서 오는 한국인들에게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중국 취업비자를 진행하였는다. 지금은 이렇게 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이게 불법인지 편법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방식인지 모르겠는데, 우선 중국에는 복수 관광비자로 입국하게 한 뒤, 입국하여 회사로 오면 다시 바로 취업비자를 신청하여 취업비자 발급 절차를 바로 밟게 하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비자발급은 시간이 꽤 걸리다보니 복수비자 연장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중국에서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특이하게도 홍콩이나 마카오도 중국에서는 '출국'으로 보기 때문에 둘 중 한군데를 육지로 넘어갔다가 오면 되었는데, 다행히 회사가 홍콩과 멀지 않은 광동성에 있어 주말마다 심천에서 홍콩으로 넘어가는 검문소까지 차를 배차해 주었다. 그렇게 입사한지 1달이 되어갈 때 쯤, 내 비자도 연장을 위해서 출국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9년 전 즈음에 친구가 홍콩에 여행갔다왔던 얘기를 하였을 때, 부러웠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홍콩에 넘어가면 출입국 도장만 찍고 오지 말고 하룻밤 놀다가 와야겠다라고 마음먹고 홍콩으로 출발하였다. 토요일도 일하는 회사였기에 토요일 오전에 근무하고 오후에는 바로 홍콩으로 출발하였다. 혼자서하는 해외여행이라고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었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더군다가 중국은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우선 무작정 혼자 홍콩으로 갔던 것이다. 당연히 혼자하는 해외 여행을 제대로 해본적이 없으니 자세히 찾아보지도 않았고, 호텔만 대충 아고다로 예약한 후 주소만 들고 갔었다. 혹시 몰라 인터넷이 안되어도 볼 수 있는 지도어플만 깔아 놓았다.

 중국 심천에서 출국 도장을 찍고 심천과 홍콩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를 건너입국 도장을 찍었을 때만 해도 '뭐야,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했었다. 여전히 어리버리대고는 있었어도 혼자하는 해외여행이라는 부푼 기대들로 왠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홍콩 입국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서 홍콩 도심에 도착하였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에 같은 부서에 있던 차장님이 알려준 홍콩에서 동관으로 바로 올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과 매표소를 알려주었지만, 기억이 제대로 안나서 약도를 대충 그려주셨는데, 이 약도 하나만 가지고 헤매기 시작한게 첫 홍콩 여행의 시작이었다. 

홍콩의 지하철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버스 터미널 같은게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런게 아니었다. 이 매표소는 아주 작은 사무실이어서 찾기도 힘든데 약도가 실제 지형하고 맞지도 않고 위치도 잘 못 표시되어 있어 대략 이곳에서 2시간 가까이 헤매었다. 반경 500m~1km는 다 돌아다녔던 듯 하다. 

 결국 매표소를 찾아서 다음날 오후에 출발할 버스표는 구매하였는데, 표를 사는데 너무 많이 헤매는 바람에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예약한 숙소를 먼저 찾아보기로 하였다. 이때가 처음으로 아고다(Agoda)라는 앱을 사용하여 호텔을 예약했었던 것인데, 아고다에 있는 숙소 위치가 지도상에 잘 못 되어 올라가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숙소를 찾는데 또 2시간넘게 주변을 헤매다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한 편의점에 들어가 혹시 이 주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이 주소는 여기가 아니라 꽤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것이었다. 걸어서 갈 수 있냐고 물어보니 걸어갈 수는 있는데 조금 멀다고 하길래 우선 걸어가기로 하였는데, 또 이렇게 2시간넘게 걸어야 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6시간 가까이 헤매다보니 이제는 홍콩 여행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우선 내일 돌아가는 버스표는 샀으니 숙소만 찾아보자'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지친 발걸음으로 겨우 찾아온 숙소. 1박에 4~5만원정도 였는데, 도착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이런 고시원 같은 곳이 있나... 정말 허접한 방에 놀라서, 화장실에 더욱 놀랐는데, 화장실은 샤워시설이 같이 있고 딱 이 방의 반정도 크기의 공용이었는데, 심지어 팔을 뻗을 수도 없을 정도로 좁았다. 그대로 대충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뭐 좀 먹기 위해서 나갔다가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돌아왔다. 방에 설치된 저 환풍기 소리가 매우 큰데다 습하고 냄새가 나는 방이어서 제대로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마음은 이미 후회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잠도 오지 않아서 새벽6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 호텔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홍콩의 풍경은 한번 보고가자라는 마음으로 침사추이로 향하였다. 이른 아침이라 또 3시간정도를 걸어서 겨우 침사추이에 있는 스타의 거리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스타의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가 오픈하여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그나마 편한 아침을 보낼 수 있었다. 이후에 다시 홍콩에 왔을 때, 이 풍경은 참 멋져 보였지만, 당시에는 '괜히 와서 개고생이네'라는 생각밖에 안났다. 

 스타의 거리 근처에 있는 헤리티지. 사실 별 기억도 없고 감흥도 없었다.

 홍콩도 영국령이었던 곳이라 다른 영국령의 나라들처럼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그 특유의 '땡땡땡땡'하는 소리가 난다. 지난 밤에 너무 많이 들어서 노이로제 걸릴 것 같던 그 소리를 뒤로 하고 동관으로 복귀.

 역시 나에게 혼자하는 여행은 힘들고, 외롭고,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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