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리뭉실 취미생활/떠돌아 다니는 취미

어리버리했던 첫 광저우 당일치기 여행

by YK Ahn 2022. 1. 9.
반응형

 꽤 오래된 얘기이긴하지만, 중국에 있는 전 회사에 입사한 후 매우 친하게 지냈던 회사동료이자 선배인 과장님과 다른 과장님 한분과 함께 광저우로 당일치기 여행을 갔었다. 중국어는 니하오정도 밖에 못하던 때였지만, 친했던 과장님의 중국어 실력을 믿고 갔던 것이다. 다만 그 과장님이 일본어도 잘 하셨는데, 자꾸 일본어하고 중국어하고 헷갈리시긴 했다.

 광저우(广州)는 당시 회사가 있던 동관(东莞)에서 버스를 타면 대략 1시간반에서 2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는 도시였지만, 당시에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던 우리가 아는 광저우란 '굉장히 큰 도시이고 짝퉁시장이 유명하다'라는 정도였다. 그래서 광저우에 가서 다른 것을 볼 생각도 없이 그냥 짝퉁시장을 가보기 위해서 일요일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간 것이다.

 동관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KFC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출발하였다. 

중국에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동관의 버스터미널. 7년이 지난 지금은 고속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아 보통 비어있지만, 터미널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물어물어 버스타는 곳을 찾아 버스를 타고 광저우로 출발하였다. 중국의 버스는, 그게 고속버스이던 시내버스이던, 특유의 냄새가 난다. 가끔 한국 지하철에서 더러운 걸레로 바닥을 닦으면 나는 그런 냄새 같기도 하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지만, 뭐가 다르면서 기분나쁜 냄새가 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차멀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종종 차 내에서 오바이트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사람들이 꽤 있는지 중국의 버스에는 그래서 검은색 비닐봉투가 비치되어 있다...  

 그런 버스에서 2시간동안 헥헥거리면서 광저우에 도착하였다. 광저우의 중앙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터미널과 광저우 중앙역 사이에 옷 도매상가들과 또다른 짝퉁시장이 있다. 이미테이션에 관심이 없어서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짝퉁시장은 대체로 시계류를 파는 짝퉁시장이라고 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 짝퉁시장의 사진은 없었다. 당시 과장님들의 관심이 가방이어서 피혁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짝퉁시장으로 갔다.

 이곳이 광저우에서 가죽류의 가짜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다. 제품의 사진이나 상점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기에 아쉽게도 사진은 없다. 옛날 남대문 시장과 동대문 시장의 규모정도 되는 듯 하다. 정말 많은 제품들이 있고, 매장에 들어가면 바로 커튼으로 쳐서 더이상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하는 곳들도 있다. 가짜보다는 이름없는 브랜드이지만 괜찮은 제품이 있어서 가격을 물어보았는데, 15만원정도 한다고 해서 사지도 않았다.

 구매하는 사람이나 판매하는 사람 모두 굉장히 많다. 특히 해외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듯 한데, 건물 외부 1층에 바로 해외 배송을 해주는 업체도 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들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포기하였다. 다들 중국어가 잘 안되다보니 흥정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제품의 가격 적정선을 모르니 왠지 바가지만 쓸 것 같았다.

 가방 제품은 포기하고 전자제품 상가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전자제품을 사려면 사실 광저우가 아니라 선전(深圳)의 화창베이(华强北)를 가야하는게 맞겠지만, 당시에는 이것도 몰랐다. 헤드폰을 사려고 한참 네고를 했는데, 결국 샀는지 안 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짝퉁시장이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지만, 법적으로는 중국에서도 짝퉁은 불법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쇼핑은 포기하고, 그냥 광저우 동네나 구경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딱히 정해진 목적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당시에 있던 곳에서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마음이 끄는대로, 눈이 끌리는 대로 광저우의 골목길 걷기...

 오래된 동네인지 건물의 모양이 굉장히 특이하였다.

 왠지 안에 들어가면 뭔가 신기한게 있을 것 같아서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 보았지만, 그냥 옛날 동네에 별거 없었다...

 걷다가 우연찮게 발견한 중고품 시장. 처음에는 뭐 이런 걸 팔지?라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죄다 중고품인 듯 보였다.

 또다시 무작정 걷기. 광동(广东)의 여름은 너무 덥고 햇볕이 따갑다. 뭐든 신기하게 보려고 노력했으나, 힘들어서 그런지 더워서 그런지 아님 동관하고 차이가 없어서 그런지 별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동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광저우 버스터미널로 왔다.

 다시 한번 느꼈던, 여행은 별 생각없이 가면 별로 건지는 것 없이 돌아온다는 사실. 기대하고 갔던 것도 아니었지만, 기억에서 거의 사라질 뻔 한 어리버리했던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그래도 고생해 주셨던 과장님에게 고마웠다. 지금은 일본에서 다른 회사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종종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반응형

댓글